아이를 키우다 보면 혼자 놀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 출발합니다.”
“여기는 병원이니까 기다리세요.”
“안 돼. 이건 내가 먼저 해야 해.”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혼자 이야기하기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흉내 내기도 합니다. 때로는 혼자서 했던 일을 다시 이야기하거나, 앞으로 할 일을 소리 내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혼자서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하지?’
‘혹시 외로워서 그러는 걸까?’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이의 혼잣말은 무조건 걱정해야 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잣말은 생각을 정리하고, 놀이를 만들고, 감정을 조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혼잣말을 무조건 못 하게 하거나 “혼자서 뭐 하는 거야?”라고 놀리는 것보다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아이의 '혼잣말'이 많아지는 이유와 부모가 그에 대해 해야할 반응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의 혼잣말은 생각을 소리 내어 정리하는 과정일 수 있다
어른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장을 보고 집에 가서 빨래해야겠다.’
‘이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나서 다음 일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순서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아직 생각을 조절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만 처리하기보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서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퍼즐을 맞추면서
“이거 어디지?”
“아, 여기다.”
“안 맞네.”
“돌려야겠다.”
라고 혼잣말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일종의 사고 과정일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일을 배우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 혼잣말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블록을 쌓으면서
“이거 밑에 놓고…”
“이건 너무 작아.”
“큰 거 가져와야겠다.”
라고 말한다면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말로 안내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생각 → 행동 → 결과를 연결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혼잣말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말을 줄이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가 관찰해야 할 것은 혼잣말의 ‘양’보다 그 혼잣말이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가입니다.
놀이를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잣말은 놀이를 더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의 혼잣말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상황 중 하나가 바로 놀이입니다.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출발합니다!”
“여기 사고가 났어요.”
“경찰차가 왔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거나,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여러 인물의 대화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때 아이는 단순히 장난감을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만들고,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구성하고,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혼잣말과 상상놀이는 서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놀이를 보면서 “혼자서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해?”라고 끊어버리기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관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에게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말들이 사실은 아이만의 작은 이야기 속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혼잣말을 많이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혼잣말은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혼잣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 정리해야지.”
“이거 먼저 넣고.”
“조금만 더 하고 정리하자.”
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일을 하기 싫을 때
“하기 싫어.”
“그래도 해야 해.”
“조금만 하고 하자.”
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언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정이 복잡할수록 혼잣말이 늘어날 수도 있다
아이에게는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을 설명하는 것이 모두 쉽지 않습니다.
속상하지만 왜 속상한지 모르고, 화가 나지만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혼잣말은 감정을 정리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싫어.”
“나도 하고 싶었는데.”
“다음에는 내가 먼저 해야지.”
처럼 자신에게 이야기하면서 상황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혼잣말을 할 때 부모가 무조건 말을 끊거나 “그만 중얼거려”라고 하기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혼자서
“나는 안 놀아.”
“싫어.”
“다시는 안 할 거야.”
라고 반복한다면 단순한 혼잣말로 넘기기보다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친구랑 무슨 일이 있었나 보네.”
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입니다.
다만 아이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면 억지로 캐묻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는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해주면 좋은 것은 ‘정답’보다 감정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가 혼잣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부모가 바로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나는 화났어. 너무 싫어.”
라고 말했다면
“그럴 땐 그냥 참아야지.”
라고 하기보다
“많이 속상했나 보구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났구나.”
라고 아이의 감정을 말로 표현해줄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짜증나’라고만 표현하던 아이가
‘친구가 내 장난감을 가져가서 속상했어.’
라고 말하게 되는 것처럼 감정 표현이 점차 구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혼잣말을 대하는 부모의 가장 좋은 반응
아이의 혼잣말을 발견하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개입하거나 무조건 무시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면 됩니다.
첫 번째, 혼자 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잣말이라면 지켜보기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혼자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면 굳이 중간에 끼어들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의 놀이를 방해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세요.
아이에게는 부모가 보지 않는 시간에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특히 아이가 놀이에 깊이 몰입하고 있다면 부모가 계속 질문하는 것이 오히려 놀이의 흐름을 끊을 수 있습니다.
“뭐 하는 거야?”
“왜 그렇게 했어?”
“누구야?”
라고 계속 묻기보다는 아이가 먼저 부모에게 말을 걸어올 때 자연스럽게 반응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두 번째, 아이가 부모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라면 반응해주기
아이의 혼잣말처럼 보였지만 사실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나는 지금 그림 그리고 있는데…”
“이거 정말 어렵네.”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라고 말한다면 직접 “도와줘”라고 말하기 어려워 간접적으로 부모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적절하게 반응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려운 부분이 있구나.”
“어떤 부분이 어려워?”
처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이런 경험이 중요합니다.
‘내가 이야기하면 누군가 들어준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라는 경험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혼잣말을 놀림거리로 만들지 않기
아이에게
“또 혼자 말하네.”
“혼자서 뭐 하는 거야?”
“이상하게 왜 그래?”
라고 말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른에게는 가벼운 농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부끄러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부모의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점차 표현을 숨길 수도 있습니다.
혼잣말 자체를 문제 행동처럼 취급하기보다는 아이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좋습니다.
네 번째, 혼잣말의 내용이 부정적이라면 관심을 가져보기
모든 혼잣말을 그냥 지나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아이가 반복적으로
“나는 못해.”
“나는 아무것도 못해.”
“나는 친구가 없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처럼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반복한다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바로
“그런 말 하면 안 돼.”
라고 막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했어?”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라고 부드럽게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아이의 말 속에는 학교생활, 친구 관계, 실패 경험, 부모와의 갈등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한두 번의 말보다 비슷한 부정적인 표현이 장기간 반복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혼잣말을 줄여야 할까?
부모가 흔히 하는 고민 중 하나입니다.
“혼잣말을 너무 많이 하는데 줄여야 하나요?”
하지만 혼잣말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나이와 발달 단계, 상황, 혼잣말의 내용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놀이하면서 이야기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면서 중얼거리거나,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정도라면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혼잣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놀이를 확장하며 행동을 조절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신경 써야 할 것은 “혼잣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보다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입니다.
혼잣말 때문에 일상생활이 심각하게 어려워지거나, 아이가 현실과 상상 속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다른 걱정되는 행동이나 발달상의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가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아이의 행동을 관찰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주로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아이의 기분은 어떤지’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적어두면 전문가와 상담할 때도 상황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기억하면 좋은 ‘혼잣말 관찰법’
아이의 혼잣말이 걱정된다면 다음 다섯 가지를 관찰해보세요.
① 언제 혼잣말을 하는가?
혼자 놀 때인지, 잠들기 전인지, 긴장했을 때인지 살펴봅니다.
② 어떤 내용을 말하는가?
놀이와 관련된 내용인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내용인지, 특정 감정이 반복되는지 확인합니다.
③ 혼잣말 후 아이의 상태는 어떤가?
혼잣말을 한 뒤 편안해지는지, 놀이에 다시 집중하는지, 불안해하는지 살펴봅니다.
④ 부모와의 대화에는 문제가 없는가?
혼잣말을 많이 하더라도 부모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면 상황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⑤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가?
놀이, 식사, 수면, 학교생활이나 또래 관계 등에서 어려움이 함께 나타나는지 살펴봅니다.
이렇게 관찰하면 단순히 ‘혼잣말이 많다’라는 사실만으로 걱정하기보다 아이의 전체적인 생활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혼잣말은 때로 ‘생각이 자라는 소리’다
아이의 혼잣말은 부모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놀이를 만들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말로 설명하고, 속상한 상황에서 혼잣말을 하며 감정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혼잣말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만해”라고 막기보다는 무슨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먼저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반응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도,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할 때는 들어주고, 감정을 이해해주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가 혼자 놀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면 조금 떨어져서 지켜봐 주세요.
그 작은 혼잣말 속에는 아이의 상상력과 생각, 감정, 문제 해결 과정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어른에게는 의미 없는 중얼거림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언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혼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면 무조건 걱정하기보다 잠시 귀 기울여보세요.
“왜 혼자 말을 하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지금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고 바라보는 것.
이런 부모의 시선이 아이의 혼잣말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